회사 종류에 따른 마케팅/광고 직무 및 특징
(독립광고 대행사와 소규모 벤처회사 마케터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습니다. 너무 길어서요.)
회사 종류와 포지션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들어갈 텐데 첨부되는 자료까지 꼼꼼 히 읽고 전체를 소화한다면 광고 파트에서 입문자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면접을 볼 때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말할 거리가 넘쳐날 테니 말이다. 현업자들도 알아두면 좋은 자료지만 당연히 알 것이라고 가정했다.
텍스트 포비아는 요약된 부분만 읽어도 업계 파악하는 수준은 된다.
1) 인하우스 마케터(중소/대기업)
기업 안에 속한 마케팅 부서에서 브랜드의 전반을 관리하는 사람, 대행사에서는 광고 주로 부르는 사람들이다.
브랜드 마케팅 포지션만 있을 것 같지만 아니다. 큰 규모의 회사의 마케터는 회사의 서비스가 무엇이냐에 따라 브랜딩만을 할 수 없다. 제품을 고려한 마케팅을 한다고 보는 게 맞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마케터는 4P(Product, Price, Promotion, Place)를 한다.
시장조사와 분석을 통해 도출된 결과로 신제품을 기획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등의 업무는 프로모션과 유통보다 선행된다.
식품 회사일 경우 재료(원물)를 해외에서 수입한다고 치자. 그러면 환율에 따른 차이까지 고려하여 공급 원가를 계산한 뒤, 판매 관리비를 예상, 시장조사와 전략을 반영 한 최종 Price를 만들어내야 하는 일도 마케터의 일이다.
화장품 회사의 경우 해외 트렌드나 다음 시즌 유행 컬러를 예측해 새로운 제품의 기획을 수시로 해야 한다. 수 십 가지의 화장품 종류 중에 이번에는 립을 출시할 건지, 쉐도우를 몇 종을 출시할 건지를 결정한다고 끝이 아니다. 00 네이밍으로 0000 톤 앤 매너를 가지고 브랜딩 할 것인지까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또, 어떤 회사는 유통이 중요해서 상대적으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 규모가 작을 수도 있을 것이다. 회사에 따라 마케팅 업무에 차이가 있을 것인데 여기서 차이가 없는 단 하나의 결론은 광고주는 전략만 해도 바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품 마케터와 브랜딩 마케터가 구분된 회사도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광고주 가 제작물이나 매체를 하나하나 핸들링할 수 없으니 광고 대행사와 함께 일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 마케터의 경우 마케팅에 대한 전반적인(제품의 기획부터 판매되는 모든 단계) 지식이 상당하지만 마케팅 툴에 대한 새로운 정보나 광고 매체별 상세 정보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간혹 인하우스 마케터가 광고 실무에 약하다, 물경력이다라고 표현하는 분 들도 계시는데 반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인하우스 마케터는 ‘광고’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전략’과 ‘관리’의 영역에 더 가깝다. 회사 내 여러 부서의 정보를 종합한 후 일을 처리해야 할 경우가 많아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돈을 쓰는 부서임과 동시에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서로 회사 성과에 대해 상당한 압박을 받는다. 예를 들어 “이번 신제품 매출이 왜 이따위야?”, “광고비 10억을 때려 부었는데 매출이 이것밖에 안 돼?”라는 말이 나오는 부서란 뜻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광고주는 광고비 10억 예산에 대해 책임을 지는 부서이고, 광고 대행사는 그 10억을 쓰면 그만이다. 물론 광고 대행사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지만, 여하튼 혹시라 도 광고가 망했다 하더라도 책임은 지지 않는다.
결과론적으로 책임은 광고주가 지는 것이다.
그래서 광고 대행사에서만 일한 사람은 광고주가 갑질을 한다며 갑으로 가야 한다고 노래를 부를 수 있지만, 막상 갑을 가면 또 그런 맘 편한 소리 쉽게 안 나올 것이다. 매출을 책임져야 하는 부서는 회사의 존망이 걸린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법이다. 그래 서 스트레스 가득인 갑보다 바빠도 마음이 편한 을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대행사를 이용하지 않고 내부에서 마케팅과 광고까지 다 하는 갑이 있는데 규모가 작은 회사나 벤처가 그러하다. 이 부분은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2) 종합 광고 대행사
마케팅&광고 대행사란 말 그대로 기업으로부터 마케팅과 광고에 관한 특정 업무를 수주받아 대신 수행하는 회사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대행사’가 종합광고대행사(이하 종대사) 시스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종대사 말고도 수많은 종류의 대행사가 있다. 이 세계에 처음 발 들인 다면 뭐 이렇게 다양한가 싶어 깜짝 놀랄 것이다. 크게는 모든 광고 업무를 다 하는 종대사가 있고, 업무 성격에 따라 쪼개진(특화된) 독립 광고 대행사들이 있다.
우선, 종대사부터 알아보자.
종합광고 대행사는 대기업의 속한 인하우스 에이전시가 많고, 해외 계열사도 있다.
삼성의 제일기획. LG의 HSAD, 현대의 이노션, 두산의 오리콤, 롯데의 대홍기획 등이 그러하다.
그럼, 종대사에 대해 계속 알아보자.
종대사의 포지션은 크게 AE, AP, MP, CW, AD로 나뉜다.
▶AE(Account Executive) : 광고 기획자로 프로젝트를 핸들링하는 사람. 광고주와 광고 대행사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하며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영업한다.
▶AP(Account Planner) : AE를 도와 타깃, 제품, 경쟁사 포함 시장 전반을 분석하고 광고전략을 세우는 일을 한다. ▶MP(Media Planner): 미디어 플랜과 집행, 효과분석을 한다. 전략에 가장 적합한 미디어를 발굴하고 최적의 예산으로 Mix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CW(Copy Writer): 광고 제작 요소 중 하나인 카피를 담당하는 역할이지만 글만 잘 쓴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기획에 가까운 콘셉트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AD(Art Director) : 보통 우리가 디자이너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각 디자인만을 일컫지는 않고 영상, 웹/앱, 공간 등 모든 광고 채널의 제작을 맡는다.
▶DB(Date Planner) : 숫자만 보는 사람들이다. 일반적인 광고의 영역보다는 통계학과, 산업공학, 전산/컴퓨터학과를 선호한다.
위의 포지션은 용어만 알면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더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내가 자 세히 말하고 싶은 것은 포지션 정의라기보다 직급별 실무에 대한 뉘앙스다.
AE와 AP는 비슷한 업무지만 왜 나뉘었을까.
AE도 전략적인 사고를 통한 기획을 한다. 그러나 광고주를 상대하므로 일종의 영업 자질이 요구되는 직무라는 것이다. 내 머리에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말’로 잘 풀어내고, 설득해야 한다. 지인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돈을 주고 일을 시키는 갑에게 ‘논리적’으로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 다. 또 사내에서는 부서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 자질까지 요구된다.
내가 만약 다른 사람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긴장감으로 말을 잘하지 못하거나, 처음 보는 사람과도 편안하게 대화를 할 수 없는, 사람을 상대하기만 하면 피곤하고 기가 쪽쪽 빨리는 성격 유형이라면 AE는 적합하지 않다. 그럼, 성격 때문에 포기해야 하나요?라고 질문 할 수도 있다. AE 포지션에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지 기획자를 못 한다는 건 아니다. 남 앞에 나서지 않는 참모 같은 스타일의 AP를 하면 되니까 말이다.
MP는 같은 기획자라도 매체에 더 특화된 기획자이다. 수백 가지의 미디어를 파악하고 전략에 맞는 매체를 찾아내 기획한 후 운영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꼼꼼하고 섬세한 업무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연관되는 업무가 그로스해킹인데 종대사는 데이터 플래너(DP) 파트가 별도로 존재한다. 미디어 운영하면 결과 분석까지 어차피 하게 되는 거 아냐? MP나 DP나 그게 그거 아 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MP가 DP업무까지 커버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 업무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디지털 미디어는 늘어만 가는데 종대사는 매체 바잉을 직접 한다. 우리가 지금 당장 떠올릴 수 있는 매체만 해도 TV와 더불어 넷플릭스와 같은 OTT, 네이버/구글/페이스 북/인스타그램/유튜브 등의 온라인, 버스와 지하철 같은 옥외까지 수 십 가지가 된다. 혹시 회사 엘리베이터 앞에도 광고판이 있지 않은가?
내가 게임을 할 때마다 지겹게 보이는 광고는 또 어떤가? 마음먹고 찾아본다면 수백 가지는 될 것이다. 그러니 규모 가 큰 회사에서는 미디어 기획하고 운영만 해도 바쁘고, 모든 것을 숫자로 말하는 데 이터 분석이 나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CW는 또 어떤가.
이 직무는 드라마에서 보면 카피를 쓴다며 고뇌에 차 머리털을 뽑 고 있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글만 잘 쓴다고 CW를 잘하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그럼 뭘 잘하면 되나요?라고 묻고 싶을 것이다. 또는 자극적으로 후킹 하게 쓰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도 생각할 것이다.
인터넷상에 눈에 잘 들어오는 카피를 쓰는 요령은 이미 많다.(스틱! 책 추천드림) 확실히 MZ세대가 통통 튀는 카피를 잘 쓴다고 나도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종대사의 카피라이터분들을 단순히 사람 잘 낚는 카피를 쓰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싶지 않다. 내가 카피라이터분들을 참 좋아했는데 하나같이 인간과 삶에 대 해 깊은 성찰을 하고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 매력적으로 해석하는 통찰력이나 직 관력이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오래전 박웅현 님의 ‘나는 도끼다’와 ‘여덟 단어’를 읽었을 때 내 마음에 회오리쳤던 감 정을 잊지 못한다. 인문학이 멋있구나. 사람이 이렇게 멋진 생각을 할 수 있는지를 깨 달았던 시간이었다. 그 이후 김하나 님의 ‘힘 빼기의 기술’, 김민철 님의 ‘하루의 취향’등 의 카피라이터분들이 쓰는 에세이는 빼놓지 않고 읽었다.
나는 카피라이터의 생각하는 법을 좋아한다. 카피라이터는 제대로 된 정규 교육 과정 이 없기 때문에 이 직무를 희망한다면 무조건 많은 카피를 써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지만, 선배님의 책을 읽어보고 그들이 사고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 다.
AD와 같은 디자인 분야는 실무를 잘 모르기 때문에 넘어가겠다.
여기까지는 대기업에 속한 규모가 큰 인하우스 에이전시를 설명했고,
추가로 규모는 크지는 않아도 눈에 띄는 대행사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아이디어가 브릴리언트 하게 좋을 때 화제가 되곤 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스튜디오좋’ 같은 회사다. 개인적으로 빙그레 SNS를 보고 이 아이디어를 통과시킨 광고주도 멋있고 이걸 기획해 낸 대행사도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당시 나도 동종업계에서 플레이어로 뛰고 있을 때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너도 나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하니까 기업들도 계정을 하나씩 운영하고 있던 시기였고, 보통 하루에 1개나 주에 3~5개 정도를 특정 시간에 업로드하며, 해시태그는 3개 에서 5개 사이로 특정 규칙을 가지고, 이미지는 전체적으로 브랜드 톤 앤 매너를 지키되 몇 가지 개성 있는 코너를 만들어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소비자는 기업 계정에 점차 질려가고 있었고, 인게이지먼트(좋아요나 댓글 등의 반응을 뜻한다)를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광고 같지 않아 보이는 방식을 지향하며 운영자가 어떻게든 소비자에게 친구처럼 다가가 같이 놀아보려고 노력하던 때였다.
그때 당시 그것을 잘하는 대행사가 대홍기획이었다.
20대에게 어필에 성공했던 몇 개의 대표적인 기업 계정이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후 발주자들은 선발주자를 그대로 벤치마킹한다고 해서 뜰 수 없다. 식상해지기 때문이다.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에 대해 광고주로부터 압박이 왔지만, 그런 것을 찾는 것이 어디 쉬운가.
그때 혜성처럼 웹툰 형식의 약 빤 빙그레우스 계정이 등장한다.
그게 바로 스튜디오좋 의 작품이었다.
나도 같이 웃었고 생판 모르는 누군가의 아이디어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여기까지 읽고서 한 가지 생각을 해보자.
마케팅을 하고 싶다고 결심하고서 이왕이면 대기업을 가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근데 대기업의 마케팅 부서는 워낙 채용인력이 적다 보니 기회를 놓쳤다. 그렇다면 그다음으로 대기업의 인하우스 에이전시라도 가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의 인하우스 에이전시도 그 수가 많지 않다.
그래서 그다음으로 ‘어딜 가지?’ 싶을 때 여러분은 무엇에 기준을 두고 있는가.
연봉? 네임 밸류? 규모? 역사? 포트폴리오 퀄리티?
개인마다 다르니 정답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말해두고 싶은 것은 규모만 크다고 좋은 (나에게 잘 맞는) 회사는 아니라는 거다. 사회 초년생 때 연봉 3백~5백 차이 나는 게 커 보일 수는 있겠지만, 그 포인트가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
“대기업계열이니까 월급도 어느 정도는 줄 테고, 복지가 뭐라도 더 좋겠지. 무조건 큰 회사로 가자. 못 가면 난 루저야.”라는 구시대적인 발상에서 벗어나자.
위에서 예로 든 것처럼 규모가 작아도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는 광고 회사가 존재하고, 실제로 2021년에 카카오가 업계에서 한 개성 한다는 ‘돌고래유괴단’,’스튜디오좋’ 두 회사를 인수했다. 돌고래유괴단도 말할 거리가 많이 나오는 회사인데 서칭 하면 얼마든 지 정보가 검색되는 회사니 넘어가겠다.(재미있는 회사이니 광고 제작에 관심 있으면 꼭 검색해보세요.)
어쨌든 두 곳 모두 지금은 인하우스 에이전시가 된 셈이지만, 저들도 작은 광고 회사로 시작했다.
또, 다음에 설명할 독립 광고 대행사 종류를 보면 그 수가 많아 기가 찰 것이다.
기회는 아는 만큼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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