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광고 카피도 AI가 대체해 줄 거라고 말합니다. 물론 저도 가끔 챗지피티에게 카피라이팅 부탁합니다.
하지만요. 감성을 섞은 카피라이팅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아직 1년 차 신입 같은 친구입니다. 대충 맥락은 잡아오는데 디테일을 보면 뺙이 칩니다. 가끔 수정을 한 20번 정도 부탁할 때도 있는데 그래도 끝까지 감을 못 잡는 주제도 있어요. 그럼 이제 포기하죠. 하하하.
결국 마지막엔 제가 손을 봅니다. 어쨌든 감성파트는 아직 사람 손을 거쳐야 합니다. 유료를 쓰는데도요.
심심찮게 말동무가 되어 주기도 하고, 초안을 잡거나 복잡한 생각을 같이 정리할 때는 매우 좋습니다. 차라리 전문영역에서는 더 논리적이고 좋습니다.
그래서 아직 인문은 인간의 영역인 것이죠.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어요.
아무리 똑똑한 자비스가 내 곁에 있을 거라고 해도 마음의 울림을 주는 건 사람의 노력이나 영혼이 섞여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사회생활 초반 때는 광고를 많이 좋아할 때였고, 동경하는 카피라이터분들이 많을 때였어요.
도서 출간하시면 책도 사고 강연도 쫓아다니곤 했거든요.
그때 책을 읽고 난 후 제 감정들을 짧게 일기처럼 정리해 놨는데 마음에 느껴진 파동 같은 것들이 십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도 어렴풋이 떠올라요. 인문학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요.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학문 같습니다.
어떤 책이 그렇게 인상 깊었냐 하면요. 아마 이제 막 사회생활 시작하고 대학생이 된 분들은 모르시는 분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활동할 때는 유명하시던 카피라이터 분들이 시랍니다.
1. 책은 도끼다 - 박웅현
(2011년도인가에 읽었던 책이다. 박웅현 작가님의 다른 도서 여덟 단어도 당연히 읽었음)
2주를 붙잡고 있었는데도 반 정도 읽은 책이 하나 있다. 친구 녀석이 리뷰 쓰길 책장이 넘어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다고 하여 바로 사서 읽었다. <책은 도끼다>라는 책인데 저절로 줄 치면서 읽어질 정도로 몇 장 안 넘겨도 멋진 생각들과 카피들이 남발된다.
평소에 형용사나 부사 사용을 줄여야겠다, 꽃이 피었다와 꽃은 피었다의 차이와. 평소에 기욤뮈소를 별로 안 좋아해서 책의 표지 분위기를 보고 알랭드보통도 같은 부류겠거니 했더니만 사랑에 대해 해부하는 방식이 다른 매력 많은 작가라는 것도. 감동을 잘 받는 사람이 왜 일을 잘하는 가에 대한. 가장 대단한 욕심이 무욕이라는데 내가 연애에 욕심이 많아서 그토록 연애를 못했나 싶기도 했던. 앤디워홀의 작품세계와 자연스럽게 사랑관의 연결까지. 생각의 전환과 다른 사물과의 연계가 이토록 멋있는 사람이라니.
광고하는 사람들에게는 몇 번을 곱씹는 필독서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인생이 여유로워지는 책이며, 그간 나의 인문학적인 무식함과 건조함이 안타까울 정도로 내 생각에게 도끼가 되어주고 있는.
2. 하루의 취향 - 김민철
최근 읽고 있는 책이다.
(2018년도에 읽고 있단 뜻이다. 옛날 리뷰니까)
그러나 저러나 날씨가 진짜 심하네.(무척 덥다.)
지구가 화를 내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우선은 어쩔 수 없이 받아 낼 뿐, 풀어줄 길 없는 한낱 인간에 불과하니 오늘부터 일회용을 덜 써보려는 나의 애교를 지구가 알아주길 바란다.
최근 퇴사를 결정하고 새로운 회사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10년의 지난 경력을 잘 살펴보면 혹시나 나의 회사 취향이 드러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 나의 마음이 향하는 그전에 내 마음의 방향을 의식하는 것을 하고 싶어졌다.
작가의 말을 그대로 빌려보자면
남의 시선을 배제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접어두고, 나의 마음을 꼼꼼히 파악하여
나에게 어울리는 선택을 내리고 싶어졌다.
입사 확정인 곳과 합격할 가능성이 많은 곳을 비교하며 과연 나에게 어울리는 곳은 어디일까를 밝혀내보자.
그리고 앞서 내가 왜 지금의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는지의 근본적인 이유도 함께.
나의 지난 경력 중에 비교적 근속연수가 길었던 회사는 000과 000다.
000은 30명 규모의 인력이 자산인 광고 대행사였고, 000는 자사 서비스를 보유한 IT 벤처회사였다.
두 곳 모두 중소기업으로 출퇴근을 제외하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로 근무했으며 주변 동료들의 성격이 좋았다.
특히, 지금 생각해 보면 수평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상사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포용력이 좋았던 것 같다.
000을 그만둘 때의 표면적인 이유는 을이 싫어요! 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람관계에 서툴렀던 나의 고리타분함도 정신 지침에 한 몫했고, 더불어 광고주나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관리 미숙 등을 이유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팀장이 돼서 사원 때의 내 모습을 상상하니 다소 융통성 없는 부하직원 었네 싶음.
열심히 한 것은 맞는데, 조금 우쭐해서 상사에게 다소 건방졌었던 것 같고, 반면에 스트레스 관리에 취약하고 자신을 약간 학대하며 스스로 여유 없이 일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뇌나 체력이 지쳤고. (더 지나고 늙은 지금 생각하니 운동을 안 해서 그런 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광고가 참 좋았다.
많이 배웠고, 즐거운 시간들이 있었던 곳이라 오래 다녔던 거지.
내가 이 10년의 경험동안 그래도 아주 약간은 성숙한 인간이 되어 가고 있다는 전제하에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본성은 여전히 사람(회사 구성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1. 같이 일하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개념을 장착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며 일머리가 있어야 하고
2. 신입을 가르치는 사람보다는 내가 내 일로 성과를 내는 것을 재미있어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3. 회사 규모나 네임밸류는 중요하지 않고 일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4. 연봉은 합리적으로 주기만 하면 직급은 상관없다.
무려 내가 2009년도에 읽었던 책이다. 그리고 지금은 2025년 도고. 푸하하하. 와. 나도. 잘 버텼네.
3.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
김혜경 현재 나이 마흔여덟 이노션 월드와이드 상무
심명희 현재 나이 쉰 하나 캐스팅 나우 대표이사
김재옥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김정아 현재 나이 서른일곱 이노션 월드와이드 CD
신은주 현재 나이 서른일곱 TBWA Korea 기획국장
문상숙 현재 나이 서른아홉 TBWA Korea 기획국장
서은숙, 현재 나이 서른아홉 러브레터 카피라이터
원혜진 현재 나이 서른여덟 이노션 월드 와이드 CD
1.
광고바닥에서 한 실력 한다는 그녀들이 쓴 책이다
나 역시 편견이 있었나 보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으면서 스케줄이 불규칙하기로 유명한
광고업계에서 어떻게 저렇게 잘 나가나 싶었다
궁금했다 물론 내가 광고업계에 계속 있을 거라 생각 없이
2.
그녀들이 사는 삶의 자세를 보니
나이가 생각보다 맛있는 이유를 알겠다
좋은 사람이 좋은 광고를 만든다는 철학
더하기보다 빼기를 잘해야 좋은 광고가 나온다는 생각
체력도 실력이라서 자기 관리에 철저한 프로페셔널함
세상을 바로 보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순수함
그녀들은 실력 있는 좋은 여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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