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팅이 연달아 마케팅 책 리뷰라 이번에는 여행이야기를 길게 해볼까 합니다.
(사진 화질은 안 좋을거예요. 그냥 아이폰으로 대충 찍은 것들이 대부분이라서요.)
*2016년 이야기입니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두바이 찍고, 스위스, 이탈리아를 다녀 온 일에 찌든 직장인의 여행이야기 시작해보겠습니다.
일에 찌든 어느 날.
현타라는 것이 찾아왔습니다.
일과 사람에 심하게 치이니까 갑자기 주변의 모든 것이 싫어지면서 한국도 싫어지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일에 치여도 내 인생에 일이 중요하니까 어느정도 감내를 하는 편이고 마케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사랑마저 제 맘대로 되지를 않더라고요. 그때의 충격과 공허함이 컷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누구도 저보고 그렇게 살아주길 바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제와서는 들어요. 그렇게 새벽을 달리며 연간 40억 이상의 예산을 쓰는 대형 광고주의 제안서의 메인을 담당하고 비딩을 따내고 집행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참고 참다가 터져서 한계를 맡게 됩니다.
아마도 그 퇴사엔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있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9년 전의 저는 혈기왕성한 대신 덜 성숙했고 고지식한 사람이었거든요.
(지금도 약간 그런면이 있는데 그때는 더 심했음)
내가 나의 프로젝트에 준 헌신과 사랑만큼 저도 받고 싶었거든요.
차라리 돈으로 받고 싶다고 했으면 더 쉽게 풀렸을텐데, 저는 마음을 달라고 했어요.
어려운 일이었죠. 그들은 저를 가장 필요할 때 쓰고 버리면 그만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을테니까요.
번외의 이야기지만 한참 지난 후 그때 그 회사의 대표가 폐업하고 사기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만감이 교차했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저의 퇴사가 누구 한명의 탓은 절대 아니었어요. 전체적인 상황이 그랬으니까요.
뜻대로 되지 않는 업무 중에 제 의사와 상관없이 영혼없는 인형처럼 업무를 조율하며 자유도 없이 난이도 높은 작업을 이방인처럼하는 과장의 삶은, 이 스트레스의 크기는 체감상 국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사실상 우주로 날라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으니 최대한 멀리 가보자였던게 유럽이었을 뿐이었죠.
저 때 당시 유럽이라는 나라가 너무 궁금해, 설레, 뭐가 있을까 같은 생각 따위는 없었습니다.
또 길치고 여행 계획이라고는 모르는 인간이라서 모든걸 여행사에 의탁하기로 합니다.
(날 알아서 데려가라...참 좋은 여행아...)
그냥 한국만 아니면 됐어요.
도망이었죠. 도망.
얼마나 비시즌이면 늘 붐비는 인천공항마저 사람이 없더라고요.
아랍에미레이트 항공 좋더라고요.
아시아나보다 체감상 좀 더 넓고 밥도 잘 나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영상도 좀 보고 잠도 자고하니까 두바이에 도착했는지 내리라고 하더라고요.
내리고서 주변을 둘러보니 지렁이 기어다니는 글씨가 보이는거예요.
언어가 다르니까 아, 이 세계에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긴했지만
그래도 아직 여행 실감이 나지 않는 감정 실종 상태 유지중
공항에서 커피랑 파니니 좀 사먹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사진첩에는 사진이 있는데 도저히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는 풍경 사진이 보입니다.
기억도 안 나는걸보니 정신이 아직 실종상태였던 듯 합니다.
이것이 바로,
새벽에 도착해서
갑자기 어딘가 사람을 떨궈놓고
주변이 어두워 풍경은 안 보이더라도
정해진 장소와 일정을 맞추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패키지의 여행이 매력 아니겠습니꽈. 아하하하 ㅋㅋ
저기 어딘지 아시는 분 댓글...부탁드립니다.
여기는 두바이 민속촌(박물관)입니다.
전쟁때 요새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하고요.
여기서부터 아...내가 여행을 왔구나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국적인 전통 건축 양식에 정신이 맑아지며 눈이 즐겁기 시작합니다.
어떠세요.
모던한데 따뜻하면서도 이국적이죠.
가이드분께서 설명해주시는 것이 이때부터 경청되더라고요.
페르시아만의 더운 나라인 두바이가 시원하게 지낼 수 있었던 이유는 점토, 조개에서 추출한 석회암, 산호 등을 건축 자재로 사용했기 때문이고, 이로인해 자연친화적입니다.
특히 저 튀어나와 있는 나무 막대기가 시선을 강타하는데 굴뚝이 아니라 바람타워라고 합니다.
바람이 없을때는 뜨거운 열기가 위로 올라가 빠지고, 바람이 불면 에어콘처럼 찬 공기가 흘러와 집안 공기를 순환시키는 구조입니다.
아, 여행이 너무 즐거워집니다.
저는 제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든 것을 사랑했어요.
물론 지금도 그런편이죠.
봐봐요. 알라딘이 자스민 공주와 걸었던 거리가 이 건축양식이란 말이죠.
제가 이 도시를 걷고 있다고요.
이때 벌써 퇴사는 잊었습니다.
한국따위 뭔지 모르겠군요.
그런 후 두바이 전통 시장도 돌아다니고 배도 타주고 여행코스에 충실해줍니다.
엑스칼리바와 해변
자유시간 혼자 셀카와 영상을 찍으며 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패키지 여행 상품에 같이 온 중년 부부님, 커플, 가족분들이 아가씨 혼자 뭐할거야라고 걱정해주셨죠.
괜찮다고 웃어드렸습니다.
사람에 치여서 온 여행이니 제대로 고독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나중에 자유시간 끝내고 버스에 타니까 한 여행객님이 혼자서도 잘 놀데?라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혹시 혼자 온 사람 신경쓰여서 잠시라도 봐주셨는 모양입니다. 참 따뜻하죠.
(하지만 혼자 잘 놀아서...아직까지 혼자...읍읍...ㅠ)
두바이몰
여행사에서 어디 큰 쇼핑몰에 떨궈줬습니다.
열심히 구경 다녔죠. 대땅 넓었습니다.
그 와중에 두바이 서점을 접수해봅니다.
저는 그 나라 서점 가보는걸 좋아하는데 생각보다 트렌드가 빨리 파악됩니다.
우리나라도 서점에 가면 아, 요즘 사람들 이런 주제에 관심 많구나하고 알게 되잖아요.
다른 나라도 그럴거라고 생각하거든요.
9년전인걸 감안해서
메인 매대에는 시크릿가든 스케치북이라고 색칠로 힐링하는 책이 진열되어 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그거 한참 유행했었잖아요.
똑같더라고요.
그리고 비지니스 쪽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나
말콤드웰의 블링크, 세스고딘의 아웃라이어, 특히 잡지쪽은 IT 관련이 많았어요.
요즘은 많이 생겼지만 저때만해도 한국에 저런 규모의 쇼핑몰이 없을때라 두바이가 새삼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아, 이 나라 돈 많구나.
감탄하며 두바이편 끝.
다음 스위스편에서 뵈여.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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