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로맨스는 누가 뭐래도 저에게는 선재였습니다.
선재 업고 튀어 드라마 스토리가 굉장히 재미있었다기보다 '선재'라는 등장인물의 임팩트가 꽤 컸었어요.
드라마 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하하하. 선재가 기억될 뿐.
뭐랄까. 무해한 남자 주인공.
고등학교 시절 한 번쯤은 꿈꿔봤을 운동만 할 줄 알고 내 여자 밖에 모르는 남자 선배와 세상 귀욤귀욤 한 여자 후배
90년대 순수함이 그대로 살아있는 그 풋풋한 연애 냄새. 킁킁.
변우석이라는 배우가 표현한 선재는, 그의 완벽한 비주얼과 함께 여심 폭발 현상을 일으켰죠.
우리가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너무도 그리워했던 그런 순수한 첫사랑의 모습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어디서 그런 보석이 숨어있다가 이제 나온 건지 신기하기까지 했죠.
변우석이라는 사람은 오래전부터 활동하고 있었을 텐데 말이죠.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과 잘 맞는 역할을 만나니 다시 태어났나 새로운 느낌이더란 말입니다.
만화에서 찢어 나온 비주얼이길 바라지만 사람이 무게감 없이 가볍질 않기 바라는 마음.
그 날리지 않는 무게감을 변우석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무슨 마음이냐 하면... 간혹 미친듯한 조각 미남이라도 이상하게 안 끌리는 비주얼이 있거든요.
사람이 영글지 않았다,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또는 향기가 없다
이것은 마케터인 제 입장에서는 브랜딩이 되지 않았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억지로 회사에서 씌운 브랜딩이라기보다 사람에게 느껴지는 향기가 없어서 나비가 날아들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선재는 그런 의미에서 나비들이 오랜 시간 기다려 온 그런 오래간만에 맡아보는 숨통 트이는 향기였다고 봅니다.
그런 선재가 2024년 여심을 휩쓸고, 그 틈을 아무도 비집고 들어오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저는 그 이후로 로맨스 드라마나 로맨스 관련 오락프로그램은 볼 필요도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흑백요리사만이 특별히 재미있었죠.
그리나 최근 여기저기서 완벽한 나의 비서의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가 툭툭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흥미가 가지 않았어요.
왜냐면 여자 대표와 남자 비서 이야기. 글쎄. 안 봐도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뻔했더란 말입니다.
주변에서 선재앓이를 벗어나게 해 줄 거라며 적극 추천했지만 아~ 어림도 없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한 번 봐볼게라고 말은 해두었죠.
이번 설 연휴가 워낙 긴 덕분으로 주말 동안 몰아보았습니다.
보고 나서 작가님을 서칭 해봤어요. 드라마 이력이 없으시더라고요.
연륜이(나이가 다소) 느껴졌는데 이 드라마가 첫 작품이라니 다른 분야에서 내공이라도 쌓으셨는지 싶었습니다.
저는 사건만 전개되는 극본을 좋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사건을 잡아놓고 멈추선 그 지점, 그 안에 감정을 녹아내는 대사를 얼마나 잘 치느냐
그런 걸로 실력을 좋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 드라마가 그런 지점이 있었어요.
요즘 드라마 같지 않게 초반에 설명할 것이 많아 1화나 2회가 다소 지루합니다.
하지만 회차가 진행될수록 재미있습니다.
특히, 헤드헌터라는 직군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저도 경력 15년 차 이상이고 헤드헌터 연락을 종종 받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을 들이신다기보다
기계적으로 일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제가 정성을 들일만큼 핵심인력이 아닌 탓도 있겠지만요.
그런데 명품 수선공 에피소드는 인간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더군요.
제가 알던 헤드헌터의 다른 모습을 봤습니다.
멋있었어요.
시대가 달라지면서 묻힐 수도 있는 직군인데 그런 직군을 요즘 시대에 맞춰 발굴해 줄 때의 어떤 쾌감.
지금처럼 모든 게 빠르게 생기고 사라지는 시대에 무척 필요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 헤드헌터가 이런 기획적인 능력까지 포함한다면 정말 멋있는 직군이 맞다라고 느꼈어요.
이런 직업적인 이야기 속에 로맨스가 있죠.
처음부터 작정하고 나 로맨스 드라마다!!라고 선언하는 느낌은 아닙니다.
그런데 달달하죠. 하하하.
1화 때는 한지민과 이준혁이 서로 악연으로 엇갈리는 내용입니다.
2화 때는 그 사건으로 한지민이 이준혁을 싫어하죠. 이준혁은 한지민의 비서로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고요.
3화 때 한지민이 그렇게 싫다는데 이준혁 이 남자 자상하고 따듯하기가 국보급입니다.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와 - 나도 성격 더러워져 볼까? 싶더라고요. 그럼 반대 성격의 저런 남자가 굴러들어 오나 싶어서요.
대표님 책상에 머리 부딪힐까 봐 손으로 막아주는 비서 어떻습니까.
4화 헤드헌터의 업무가 이어지는 와중에 둘도 서서히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이 회사 배경이 종로, 광화문 그쯤인지 배경이 예뻐요. 중간중간 성벽이 보이는 그런 예스러운 배경이 멋스럽습니다. 그리고 4화 마지막 장면이....
마지막 장면이....
5화 서로의 과거와 상처들이 중간중간 교차되어 보입니다. 이해하고 싶어 지죠. 겉으로 차갑고 성질 더러워 보여도 다 그렇게 된 이유가 있을 테니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운 사람이 없습니다.
보면 성질 더러운 귀욤 포메라니안이 왕왕 짖다가 으른미 있는 레트리버한테 따뜻하게 안기는 기분이 드는 드라마랄까요.
6화부터 이제 한지만이 내가 비서를 좋아하는구나를 깨닫게 됩니다.
안돼! 내가 비서를 좋아할 수는 없어! 이렇게 질질 끄는 구간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참아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걸 1화 이상 끌지 않아서 시원해요.
7화 8화 둘이 사내 연애를 슬슬 시작합니다. 여기 달달해서 환장하는 구간입니다.
사내 연애 못해본 사람들은 두 눈 뜨고 못 보겠습니다.
그 성질 더러운 공과 사 구분 잘하는 대표님께서 일하다가 웃습니다.
광화문 앞에서 대놓고 키스합니다.
와- 저걸 보는데 저도 광화문 자주 가거든요.
저런 장면을 퇴근길에 봤다고 생각하면,
아마, 커플 다 헤어져. 뭐 하는 짓이야! 했을 텐데.
드라마는 좋네요.
저는 이 드라마가 기본에 충실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아직 8화까지 밖에 못 봤지만요.
남주 여주가 엇갈려서 시작했고, 둘 다 상처(아픔)가 있고,
그리고 그것을 따뜻하게 보듬는 사랑이 있고요.
갈등이 있고, 절대 악역이 있고,
갈등을 해결하는 해결책이 있을 테고요.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둘의 사랑을 더 짙게 만들어주겠죠.
근데 그걸 알면서도 우리가 수시로 드라마를 찾는 건
그걸 표현하는 소소한 에피소드에서 즐거움이나 힐링이 있기 때문일 텐데요.
앞으로 남은 회차들도 기대되는 드라마입니다.
끝까지 따뜻하고 재미있어주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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