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블로그에 있던 남원 사진을 몇 개 업어와 남원 여행 이야기를 해볼까 하고요.
남원하면 당연히 춘향전 떠올리시겠죠.
춘향이와 이몽룡이 꽁냥질했던 곳.
이 클래식하고 노말한 스토리를 개인의 정신상태에따라 각색하여 자유롭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관광지. 남원입니다.
이 이야기는 이몽룡이 사진 속 보이는 남원 광한루에 서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 나무그네를 타고 노닐던 춘향이에게 반하면서 시작됩니다.

광한루 맞은 편쯤에 춘향 박물관이 있는데 밤에 사진을 찍어서 잘은 보이지 않지만
상황을 재현 해놓은 마네킹의 모션은
그러니까 이몽룡이 성춘향의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있는 동작입니다.
이 투철한 리얼리즘을 보라. 센스쟁이 박물관같으니라고.
그러나,
그런 후 모두가 다 알듯 변사또가 등장하여 성춘향에게 수청을 들라하고
거절한 춘향은 온갖 고초를 당하게 되는디- 둥탁!
사방이 어둡고 조명에 의지하여 밤에 박물관을 돌고 있는데
포졸 마네킹이 머리가 없어서 식겁했습니다.
그래서 춘향이가 놀라 기절했나.....
제 생각은 그래요, 성춘향이 뭐
이몽룡을 못 잊었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냥 변사또가 미친듯이 싫었던 거였을 수도 있겠구나.
여하튼 지아비를 향한 변함없는 마음을 극적보여주었기에 그녀의 절개에 감동하여 기념관까지 지어지게 됩니다.
여튼 거지꼴을 하고 춘향을 찾아온 이몽룡
저는 이 포인트가 매우 좋은 것 같아요.
바로 - 과거급제를 한 이몽룡이 찾아와 부정부패를 일삼는 사또를 처단하고 춘향이를 구한 것이 아니라
한 번 거지꼴로 나타나 이야기를 꽈주기 때문에!
이 것이 엔딩을 크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주어서.
하지만 조금 뒤 저의 상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래의 이미지를 보고서요.
이몽룡은 그냥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소년이었고
변사또의 비쥬얼이 자기 여자를 끝까지 지킬 것 같은 상남자의 모습이었죠.
아! 이야기는 이렇게 각색되면 재미있겠군요.
이몽룡, 그는 고운 빛깔의 치맛자락을 날리며 그네를 타던 절세미인에게 반해 사랑이라는 감정에 눈을 뜬 소년.
그러나 부모님의 바램과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버릴 수 없었던
사랑과 자신이 생각하는 삶에서 갈등하다 사랑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두 가지 다 지키고 싶었지만 아직은 둘 다 가질 수 없었던 덜 자란 남자.
변사또, 그는 과거의 사랑의 아픔도 있고 세상의 부조리함도 눈감을 줄 알는 닳고 닳은 인생에 지친 남자.
그러나 마음에 아직은 사랑의 열정을 남겨두고서 내 여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던 사람
우연히 발령받은 남원에서 성춘향을 만나게 되고 내 평생의 반려자임을 알게 되는데-
성춘향.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한다.
왜냐, 고전에서는 변사또가 말똥구리같은 외모에 폭력적으로 사랑을 갈구하지만
다시 써진 이야기에서는 그는 성숙한 남자이니까.
이몽룡이 춘향을 더없이 사랑스럽게 바라보았을 장소에서
저는 이몽룡과 춘향을 함께 바라보았습니다.
그래, 나의 조상님께서 여기서 꽁냥거리셨단 말이지.
물론, 광한루원은 풍경만으로도 관광지가 될만하지만
이런 시답지 않은 스토리를 머릿속에서 굴리며 스토리가 만나 강해지고 재미있는 곳이 됩니다.
슬픈 이야기지만 야사에 따르면
그 후, 이몽룡이 춘향이 속을 그렇게 썩였다고.
미친듯이 사랑해도 그런 사랑은 쉽게 고갈되어, 엔딩은 그저 그런 것이 되었나봅니다.
자신의 세계를 뒤바꿀 정도의 강렬한 만남과 끌림 그리고 아픔은
신이 내린 운명인 것 같아도 자연스럽지 않았으니 악연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으로 찍어댄 사진들.
스토리가 있는 도시에 가보고 싶다면 남원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뽀너스로 근처 커피숍 추천 드리지요.
남원 은달래 커피숍입니다.
50대쯤 되어 보이는 어르신이 운영하는 곳인데
젊은 시절 아프리카 현지 커피 농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곳에서 커피를 공부하신 것 같았습니다.
에디오피아 커피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벌써 10년 전이네요.
지금은 아드님이 같이 운영하신다고 블로그에서 언뜻 본 기억이 나는데
제가 블랜딩 된 커피를 잘 모를때
원두 맛을 잘 구별 할 수 없을 때
여기서 이 커피를 마시고 커피 맛에 개안을 했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은 서울에도 커피 본연의 맛에 집중한 커피숍이 많지만
10년전에는 이 정도 퀄리티 동네에서는 아예 찾아보기 힘들었으니까요.
커피에서 과일향이 나는데 약간 단맛도 돌면서 쓴데 깔끔한 뒷맛.
그런데 여운이 길어요.
첫 한 모금이 신의 한수였던.
남원의 보석같은 카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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